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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인과 미국인의 사고_류택규

기사입력 2025-03-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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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택규

1994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CSU)에 1년간 교환교수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처음 그 대학교에 도착했을 때 대학 신분증 발급을 위해 관련 서류를 써내라 하여 학교에서 준 양식용지에 상세한 내용을 적어 제출했더니 대학 학과에 보관하고, 본부에 제출해야 하니 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과학대학 조경학과와 임학과 두 곳에 근무하기로 되어 있어 먼저 2층 조경학과에 서류를 제출하니 담당 조교가 아무 말 없이 2장을 복사해 놓고 원본을 내주는 것이었다. 작성 원본을 갖고 다시 1층 임학과에 내려와 원본을 제출했더니 사무 조교가 학교 구내 복삿집에 가서 복사해 제출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적인 사고로 복사지 2장 값이 얼마나 된다고 1km 거리에 있는 복삿집 가서 복사해 오라고 해서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혹 한국에서 왔다고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여러 생각이 들어 그 조교에게 2장 복사해 제출하면 되는데 그 먼 복삿집까지 가라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선입관에서 항의했던 것이다. 

그 조교의 설명은 “우리 학교에서는 사무실에서 발생되는 개인 관련 비용은 모두 기록해 놓았다가 그들의 봉급에서 공제하게 되어 있는데 당신은 이 학교에서 일체 급여가 없으니 공제할 수 없고, 내가 그 돈을 부담해야 하니 그것은 당신 사항이라 당신이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고 설명해 주어 미안하다고 하고는 멀리 있는 복삿집에 가서 복사해 제출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혹 외국인이라고 아무 말 없이 복사해 제출될 수도 있고, ‘이 정도는 학교에서 책임져야지.’ 하고 의당 복사해 제출했을 것 같다. 너그러운 마음의 그 처신은 분명히 좋은 행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학교나 정부 돈은 철저히 관리한다기보다 내가 함부로 써도 괜찮다는 잘못된 습관이 우리들 머릿속에 배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그 미국 조교의 행위는 공과 사를 너무나 분명하게 구분하여 조금 상대에게는 미안하지만, 철저한 처리를 한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 조교의 합리적인 사고와 일 처리를 학생들과 학교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 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한 민족이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정의 문화, 사회 관습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미국은 여러 민족과 인종이 함께 모여 살고 있으니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에 의한 실행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국제화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더욱 요구될 것이다. 현대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제도와 실행이 요망된다고 본다. 

남양주신문 (nyji31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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